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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오징어 게임이 관통한 시대상

changelifeobserve 2025. 1. 12. 11:13

심리학을 통해 본 오징어 게임, 그리고 우리의 마음

 

 

 사람이란 존재, 참으로 아슬아슬합니다. 마음 한편에선 “나는 착한 사람이야” 하고 믿으면서도, 막상 극단의 상황에 몰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괴물이 될 수 있으니까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보며 많은 분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렸을 텐데,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안에 잠재한 속성을 드러내는 거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뒤흔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살아남고 싶은 마음’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점입니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리적·안전 욕구가 드라마 전개를 이끌어 가니까요. 돈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게임에서 떨어지면 바로 죽음이라니. 이만한 긴장감과 절박함이 어디 있을까요? 시청자 입장에선 “저건 단지 남의 이야기가 아니야”라는 공포 섞인 공감이 슬며시 피어납니다.

 

 그렇다면 착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돌변하게 되는 걸까요? 여기서 인지 부조화 이론을 빌려 설명해볼 수 있겠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착한 나’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이기적인 선택’ 사이의 괴리가 생기는 순간, 마음은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온갖 합리화를 동원하죠. “어쩔 수 없었어”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해” 같은 말들 말입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드라마 속 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동시에 “그래도 나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고 또 한 번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바로 이런 딜레마가 오징어 게임만의 몰입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립니다. 한 번의 선택이 나의 생사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 좌우한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죠. 그 상황에서 고양된 긴장감이 공포-안도 반응과 결합해, 시청자에게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극단의 궁금증을 안깁니다. 첫 게임에서 수십, 수백 명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다음엔 더 끔찍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러다 살아남는 순간엔 희열이 찾아오고, 그 교차점에서 우리는 또다시 드라마를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그저 공포감만 자극하는 건 아닙니다. 사회 비교 이론을 통해 바라보면, 등장인물들끼리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하고 질투하며, 결국엔 타인을 짓밟아야만 자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것이 꼭 가상의 게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몸담은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거죠. 누군가 승진하면 다른 누군가는 밀려나고, 친구가 성공하면 괜히 불편해지는 마음. 그런 씁쓸한 면면이 오징어 게임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작품 속 돈 문제는 단순한 유혹을 넘어, 삶과 죽음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빚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가족을 살리려면 이 게임밖에 없다” 식의 절박함이 펼쳐지니, 시청자도 “먹고사는 문제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구나” 하고 절감하게 되죠. 이처럼 작가는 극단의 설정을 통해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던 우리의 내면을 수면 위로 불러올 뿐 아니라, 인간이 금전과 생존 앞에서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우리에게 “당신이라면 과연 어떨 것 같습니까?” 하고 되묻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지닌 욕망과 공포, 그리고 타인을 향한 연민이 심리학적 이론들 생존 욕구, 인지 부조화, 사회 비교와 착착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드라마가 끝나고서도 한참 동안 마음속에 잔상이 남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예외 없이 빠져든 건, 이 문제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주제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드라마를 단순한 ‘데스게임’ 장르물로 치부하기엔,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꽤 묵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늘 아름답거나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사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남긴 묵직한 화두이자, 앞으로도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은 참 복합적인 존재’라는 자명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착하다고 여겼던 사람도, 영웅처럼 보이던 인물도, 생존을 위협받으면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이니까요. 이것이 어쩌면 우리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은유가 거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우리의 마음속에도 결국 똑같은 갈등과 욕망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하겠지요.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스펜스와 극적인 장면 뒤에 “인간은 정말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 앞에 마주 선 우리는, 이런 마음의 풍경을 통해 우리 자신을 비춰보게 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유난히도 깊게 박혀버린 건, 아마도 그 질문이 지금 이 순간의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겠지요.